[기고] 불확실성 커진 홍수해, 지역특성 살려 대비해야

입력 2022-09-18 17:29   수정 2022-09-19 00:04

해를 거듭할수록 더 세지는 홍수에 따른 대재앙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얼마 전 서울 한강 이남에서 관측 이래 가장 많은 141㎜(관악구 기준)의 시간강우량 탓에 완전히 물바다가 된 피해 현장은 처참했다. 이어 힌남노 태풍에 따른 포항 도시하천 범람에서 보듯, 제방 설계 기준을 훌쩍 초과하는 홍수량이 빈번한 작금에 제방에 둘러쳐진 하천구역에만 의존하는, 사후약방문식 봉합 수준의 대책만으로는 큰 재난을 피할 도리가 없다.

그동안 하천 관리는 그때마다 시대적 요구에 부합해 추진됐다. 발전과 용수 확보 및 홍수 조절이 시급하던 때는 댐과 보를 축조하고 강둑을 쌓으면서 강바닥도 수시로 준설해 대응해왔다. 지난 정부에서 ‘물관리 일원화’ 정책에 따라 건설에 기초하던 하천 홍수 관리 업무가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치수사업보다는 자연성 회복에 초점을 두는 형국으로 전환됐다. 이로써 댐 축조는 물론 하상준설 사업도 사실상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가 어려워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럽과 같이 강폭을 넓힐 곳도 마땅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제방을 높이고 보강하는 방법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제방을 높이기만 하면 붕괴에 따른 범람의 재해 잠재성이 훨씬 커지고 교량 개축 등으로 사회적 비용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더욱이 50~200년인 제방 설계빈도를 초과하는 홍수가 발생하면 제방은 무너지게 마련이다. 제방은 최소한의 대책일 뿐이다.

강둑보다 낮은 저지대가 많은 네덜란드를 비롯해 미국, 영국, 일본에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홍수 관리를 위해 주민 생활공간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제방을 일방적으로 높이는 대신 이중 제방으로 강폭을 넓히거나, 제방 밖의 홍수완충지를 설정하거나, 옛 범람터를 습지로 복원하는 등의 방법이다. 주거지와 농경지를 초토화하는 설계 초과 홍수량을 일시 가둬 홍수가 끝나는 시점에 재빨리 빼내는 전략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33년 남부지방에 큰 홍수가 발생했을 때 창녕의 옛 우포늪과 용호늪으로 낙동강 큰 강물이 역류한 뒤 낙동강 수위가 내려갈 때 빠져 나갔다. 이른바 홍수조절지로서 역할을 하면서 창녕은 물론 부산, 김해 등 하류권역의 피해를 크게 줄였다. 그래서 당시 우포에 홍수 조절 능력을 더 보태어 넓게 확장했던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우포가 홍수조절지로서 역할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2년 전 홍수 때도 창녕에 있는 낙동강 장천제가 붕괴됐지만 피해는 미미했다. 낙동강 범람원에 있는 이른바 이선제(二線堤)라고 하는 자연제방이 방파제와 같은 보조 제방 역할을 한 덕분이다.

자연제방은 친수공원이나 농로로도 이용하고 완충지에서는 홍수 조절 기능을 지니는 데다 유기농 경작지, 자연습지원, 탄소저감 실험장, 녹조처리용 산화지, 야생화원, 캠핑장 등 지역 특성에 적합하고 주민이 선호하는 용도로 활용하면 된다. 경상남도가 ‘낙동강 습지생태벨트 구축’ 사업을 통해 이런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불확실성이 더해지는 기후변화 시대에 대홍수 대책을 단순히 댐과 둑으로 둘러쳐진 하천구역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생활의 공간으로 끌어들여 재해를 줄여야 한다. 정부도 홍수를 오히려 자원화하려 선제적으로 노력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적극 호응해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지역 특성에 어울리는 창의적 홍수대책이 전국적으로 마련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주민이 호응하는 방향으로 물관리 정책을 펼치겠다고 한 현 정부의 방침과도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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